성숙한 남구민의 선택을 기다리며

칼럼/수필|2026. 10. 11. 20:13

요즘 광주 거리를 걷다 보면, 국회도서관 유치와 관련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찬반을 나누는 주민 공론의 과정도 없이 유치 장소가 정해졌다는 불만이 담겨 있어,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새 이름으로 출발한 지금, 이렇게 큰 사업일수록 시민의 뜻을 먼저 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보훈병원 자리와 송암공단 공원부지를 비롯한 세 곳의 후보지를 두고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나는 국회도서관이 어디에 들어서야 시민 모두에게 이로운지, 그리고 그 결정이 어떤 길을 거쳐야 하는지 차분히 말해 보고자 한다.

 

국회도서관은 건물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길러 낼 지식의 곳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느 곳이 유치하느냐보다 시민 모두가 함께 누리고, 지역 전체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느냐가 먼저 따져져야 한다. 일부 사람들만 아는 자리에서 결정된 일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했더라도 시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반대로 시민이 충분히 듣고 말하고 고민한 끝에 정해진 일은, 결과가 어떠하든 모두가 받아들이고 힘을 보태게 된다. 지금 현수막이 말하는 것도 결국 어디냐는 물음보다, 어떻게 정했느냐는 물음이라고 나는 읽는다.

 

나는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의 보훈병원 자리를 가장 적합한 후보지로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지역이라도 입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백운광장은 사통팔달의 길목이라 불릴 만큼 교통 여건이 좋고, 남구는 물론 강진, 해남, 무안, 목포, 화순, 담양, 곡성으로 이어지는 도로 기반이 이만큼 잘 갖춰진 곳이 드물다. 도서관은 누구나 오가기 쉬워야 비로소 도서관다워지는데, 이 점에서 백운광장은 송암공단 공원부지와 견주어도 큰 강점을 지녔다. 전남과 광주를 한 생활권으로 묶는 통합특별시의 취지에도 이만한 자리가 없다고 본다.

 

더욱이 백운광장은 지금 도시재생이 절실한 곳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아파트 단지가 여러 곳 들어섰지만, 정작 상가는 텅텅 비어 있고 그리고 스트리트 푸드존은 말이 아닐 만큼 한산하다. 공들여 만든 공간이 사람의 발길을 얻지 못하면 시설은 금세 낡고 거리는 쓸쓸해진다. 이런 곳에 국회도서관이 자리 잡는다면, 책을 찾는 사람과 연구자와 학생들이 날마다 오가며 상권에도 새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다. 침체된 백운광장이 지식과 문화가 흐르는 거리로 되살아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도시재생이 꿈꾸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입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보훈병원 부지를 두고 하루속히 주민공청회를 열어, 남구민의 뜻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공청회에서는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교통 문제나 주변 환경에 대한 걱정도 숨김없이 논의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성실히 반영할 때, 결정은 비로소 힘을 얻는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남구는 예부터 이웃과 마을을 아끼며 어려운 때일수록 뜻을 모아 온 고장이다. 이번 일도 송암공단 공원부지를 비롯한 다른 후보지와 소모적인 경쟁으로 번지기보다, 남구민다운 저력으로 차분하고 당당하게 풀어 가기를 바란다. 서로 목소리를 높여 다투기보다 먼저 듣고, 반대하는 이웃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야말로 다른 지역과 다른 남다른 성숙함일 것이다. 그런 모습이 쌓이면 후보지 경쟁에서도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렇게 마을의 일을 함께 의논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수막에 담긴 안타까운 마음이 갈등이 아니라 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관계 기관은 하루속히 주민공청회의 문을 열고, 남구민은 그 자리에서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란다. 백운광장에 국회도서관이 들어서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면 그 결과는 아름다울 것이다. 나는 그날, 책을 품은 백운광장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거니는 모습을 그려 본다. 성숙한 남구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새로운 통합특별시의 모범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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