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민원과 공동체 사이에서

칼럼/수필|2026. 3. 20. 23:17

요즘 노인 일자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민원들을 바라보며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예전에도 민원은 있었지만, 올해처럼 유난히 잦고 또 사소한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금년에는 일자리 참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매우 높아졌고, 그 결과 탈락자가 다수 발생하였다. 참여를 기대했던 어르신들에게 탈락의 결과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서운함과 박탈감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결국 민원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 차원에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고, 그 취지 또한 매우 바람직하다. 단순히 일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집에만 머무르며 고립되기 쉬운 어르신들을 사회로 이끌어내고, 신체 활동과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예산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광주시의 경우 정부 지원금과 함께 일정 비율의 자체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인데, 재정 여건상 이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한 어르신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민원이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서로 간의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 기관은 이를 처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 보조요원들에게 전달되며, 다시 참여자들에게 설명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말이 전해지거나, 오해가 쌓이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확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민원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민원이 없는 세상이 과연 좋은 사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민원이 전혀 없는 사회는 어쩌면 겉으로는 조용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표현되지 못한 불만과 억눌린 목소리가 쌓여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내부 고발이나 비판이 지나치게 난무하는 사회 역시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헐뜯기가 일상이 된다면 공동체는 신뢰를 잃고,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민원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민원을 어떻게 제기하고,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경제적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함께 모여 일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따뜻함이 살아난다. 그렇기에 참여 여부를 떠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락한 어르신들 역시 아쉬움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타인을 향한 비난이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 역시 보다 세심한 설명과 소통을 통해 오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 어떤 기준과 과정이 있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때 불신을 느끼고, 불신은 곧 갈등으로 이어진다. 작은 설명 하나가 큰 민원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민원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민원이 있어도 그것이 갈등이 아닌 소통으로 이어지는 사회일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노인 일자리 현장에서의 작은 갈등들이 오히려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도 현장에서 애쓰는 많은 어르신들과 관계자들을 떠올리며, 나는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긴다. 경쟁과 탈락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길을 찾고, 갈등 속에서도 이해와 배려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