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는 말없이 사람을 건넌다
징검다리는 말없이 사람을 건넌다
광주천을 걷다 보면 물 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만나게 된다. 다리라고 부르기에는 소박하고, 길이라고 하기에는 낮은 자리다. 그러나 나는 이 징검다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먼저 멈춘다. 이 작은 돌들이 건네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는 사람을 급하게 부르지 않는다. 여기로 오라고 손짓하지도 않고,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저 물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사람에게 선택지를 건네준다. 돌아갈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고, 조심스럽게 건널 수도 있다. 징검다리는 길을 강요하지 않고 지혜를 권한다.
나는 징검다리 앞에 서면 늘 발을 잠시 멈춘다. 물은 흐르고 있고, 돌은 말이 없다. 그 사이에서 나는 내 발걸음을 돌아보게 된다. 이 돌을 밟고 건너가도 되는지, 혹시 성급하지는 않은지, 지금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징검다리는 건너기 전에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다리다.
징검다리가 없다면 광주천은 그저 바라보는 풍경으로 남았을 것이다. 물은 아름답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건너편 또한 눈에 보일 뿐 다가갈 수 없다. 그러나 징검다리는 그 사이에 몸을 낮추어 놓인다. 높이 오르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사람, 이쪽과 저쪽을 이어준다. 징검다리는 사랑을 그렇게 건넨다. 크게 외치지 않고, 조용히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간다. 아이도, 어른도, 서두르는 사람도, 머뭇거리는 사람도 이 돌 위를 지난다. 그 무게와 사연이 모두 다를 텐데도 징검다리는 귀찮아하지 않는다. 누구의 발자국이든 차별 없이 받아들인다. 미끄럽지 않게 몸을 내주고, 흔들리지 않게 자리를 지킨다. 자기의 할 일을 알고 있는 존재의 모습이 거기 있다.
겨울이 오면 징검다리는 더욱 낮아진다. 찬 물에 몸을 씻기며 하루 종일 서 있다. 얼음이 언 물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목욕재계라는 말을 떠올린다. 징검다리는 매일 물로 자신을 씻으며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더러워졌다고 불평하지 않고, 차갑다고 피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도 누군가를 건너게 할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다리가 되기를 포기한다. 밟힐까 봐 두렵고, 손해 볼까 걱정하며, 누군가를 건너게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긴다. 그러나 징검다리는 다르게 말한다. 낮아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견디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고. 누군가의 발이 되어 주는 삶이 얼마나 귀한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광주천 징검다리를 건너며 나는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돌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화려한 다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가 건너지 못해 망설일 때, 조용히 발을 디딜 수 있는 자리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징검다리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흐르는 물 속에서, 수많은 발걸음 아래에서, 말없이 사람을 건너게 한다. 지혜를 건너게 하고, 사랑을 건네며, 기다림을 가르친다. 나는 그 돌 위를 건너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나도 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누군가를 건너게 하는 삶을 살겠다고.
'칼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문학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0) | 2025.12.20 |
|---|---|
| 사회복지와 젓가락 (0) | 2025.12.20 |
| 으뜸효 남구에서 피어나는 홍익인간 정신 (0) | 2025.10.03 |
| ♣아름다운 배롱나무 가로수 꽃길♣ (5) | 2025.08.03 |
| ♣개척 정신과 자수성가♣ (0) | 2025.02.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