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와 젓가락

칼럼/수필|2025. 12. 20. 12:32

나는 어느 날 문득 젓가락을 보며 사회복지를 떠올렸다. 식탁 위에 놓인 나무젓가락 한 짝은 너무 가볍고 약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집어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두 개가 나란히 놓이고, 손에 쥐어지는 순간 전혀 다른 힘을 갖는다. 작은 콩 하나도, 무거운 음식도 거뜬히 들어 올린다. 그 모습이 꼭 사회복지 같았다.

 

12월이 되면 각 도시마다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다. 기부가 모여 온도가 오르고, 100도를 향해 간다는 상징은 참 아름답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온기를 만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온도탑 앞에서 늘 한 가지 마음이 걸린다. 과연 그 자리에 서 있는 모든 시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부를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행사장에서는 종종 거액 기부가 소개된다. 1, 10, 100억이라는 숫자가 단상 위에서 울려 퍼지고, 기부자는 박수를 받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 장면은 분명 감사와 존경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주머니 속 만 원을 쥐고 있던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5만 원, 10만 원을 기부하려다 조용히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까. 내 기부는 너무 작아서 부끄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대부분의 시민에게 1, 10억은 평생 만져볼 수 없는 돈이다. 여유가 넘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삶을 버티며 살고 있다. 그런 시민들에게 기부는 마음은 있어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기부 문화가 점점 숫자의 크기로만 평가된다면, 기부는 참여가 아니라 구경이 되고 만다.

 

사회복지는 특별한 누군가의 선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젓가락 한 짝이 아니라, 여러 개가 묶였을 때 힘을 갖듯이 사회도 마찬가지다. 만 원의 기부, 천 원의 기부, 동전 몇 개의 기부가 모여 공동체의 뼈대를 이룬다. 그것이 바로 시민의 힘이고, 민주적인 복지의 출발점이다.

 

나는 기부가 조용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과시되지 않아도 좋고, 경쟁하지 않아도 좋다. 누가 더 큰 금액을 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온도탑의 온도는 숫자보다 과정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오늘 몇 명이 참여했는지, 처음 기부에 참여한 시민은 얼마나 되는지, 그런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렸으면 한다.

 

사회복지사 입문자의 눈으로 보면, 기부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기부는 관계이고, 신뢰이며, 함께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기부 문화는 넓어야지 높아서는 안 된다. 일부만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 누구나 한 걸음 디딜 수 있는 평지가 되어야 한다.

 

젓가락은 혼자서는 쓸모가 없다. 그러나 함께일 때 비로소 식탁을 완성한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크지 않아도 된다. 많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일이다. 작은 손길들이 모여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의 온도다. 사회복지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용할수록 오래 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