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준 천복

칼럼/수필|2025. 12. 20. 14:26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늙지는 못한다.

부부가 여든을 넘기고, 아흔을 지나, 백 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서로의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나는 요즘 그것을 노력의 결과이기보다 하늘이 내려준 천복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불타오른다. 설렘과 약속,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 그러나 노년의 사랑은 다르다. 그것은 불꽃이 아니라 온기다. 크게 요란하지 않지만, 하루하루를 데워 주는 조용한 따뜻함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사람이 먼저 일어나면 다른 한 사람의 이불을 살며시 여며 주는 그런 시간들이다.

 

부부가 함께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방향을 보며 수없이 다투고, 수없이 용서하고, 끝내는 말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는 일이다. 한 사람의 기침 소리만으로도 건강을 짐작하고, 걸음걸이의 속도만으로도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사이가 된다. 이것은 시간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견뎌 냄과 기다림이 쌓여서 비로소 얻어지는 선물이다.

 

여든이 넘은 부부의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름진 손등 위에 겹겹이 얹힌 세월, 힘은 약해졌지만 놓지 않으려는 의지는 더 단단해져 있다. 계단에서는 먼저 지팡이를 내밀어 주고, 길을 건널 때는 자연스럽게 팔꿈치를 내어 준다. 이제 부부는 서로의 연인이 아니라 서로의 지팡이다. 한 사람이 흔들리면 다른 한 사람이 중심을 잡아 준다.

 

함박웃음은 이 시기의 가장 큰 재산이다. 많은 것을 잃은 자리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부유하다는 뜻이다. 큰 집도, 많은 돈도 필요 없다. 함께 밥을 먹고, 텔레비전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은 장면에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안도감이 두 사람의 웃음 속에 담긴다.

 

나는 생각한다. 이런 부부의 삶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의 축복이기도 하다고. 서로 의지하는 부부는 외롭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은 병들지 않는다. 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버틴다. 결국 함께 사는 부부의 평온한 일상은 자식에게는 안심이 되고, 사회에는 조용한 안정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여든을 넘어서도, 아흔을 지나서도, 백 세를 바라보며 함께 사는 부부라면 그것은 하늘이 허락한 천복이라고. 그 천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시라고. 오늘도 서로에게 기대어 웃고, 내일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며, 남은 날들을 천천히 걸어가시라고.

 

부부란 결국 끝까지 함께 가는 사람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넘어질 것 같으면 잠시 쉬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손을 놓지 않는 일이다. 하늘이 내려준 천복은 바로 그 손에 있다. 서로의 지팡이가 되어 주는 삶,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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