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공원의 파수꾼
월산공원 지킴이가 만드는 초록빛 자치
공간은 그곳을 사랑하는 사람의 발길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광주 남구의 허파이자 백운2동, 월산동, 월산4동, 월산5동이라는 4개 동의 삶터로 둘러싸인 월산 근린공원은 단순히 지도 위의 녹지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이 담긴 거대한 거실이며, 내일의 건강을 약속하는 심신 요양소다. 최근 산책로 개설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원의 외형은 바뀌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이 소중한 공간을 가장 정성스럽게 돌볼 것인가'라는 운영의 철학이다. 나는 그 해답을 멀리서 찾지 말고, 바로 이 공원을 매일 마주하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마을을 지키는 것은 거창한 공권력이나 외부의 전문 인력이 아니다. 예부터 마을의 안녕을 책임졌던 향토예비군처럼, 우리 동네를 가장 잘 알고 애착이 깊은 주민들이 직접 나설 때 가장 완벽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월산공원을 둘러싼 4개 동의 어르신들을 주축으로 한 '노인 일자리형 지킴이' 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분들은 월산공원의 지형지물은 물론, 어느 구석에 물이 고이는지, 어느 나무가 유독 몸살을 앓는지, 산책로의 어느 경사면이 폭우에 취약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 생태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사람이 지킴이가 되어야 하는 첫 번째 타당성은 '근접성'과 '상시성'에 있다. 외부 인력이 출퇴근 형식으로 관리하는 공원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원 담벼락 아래 사는 주민들이 지킴이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왔다가, 혹은 저녁나절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수시로 공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가깝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내 집 마당을 돌보는 마음으로 쓰레기 하나를 줍더라도 그 정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처럼, 가까운 주민 지킴이가 그 어떤 고가의 CCTV보다 든든한 파수꾼이 된다.
두 번째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다.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존재의 가치'와 '역할'이다. 평생을 일궈온 우리 동네의 소중한 공원을 지키는 일은 어르신들에게 자부심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공원을 순찰하며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질서한 행위를 계도하며, 산책로의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 자체가 어르신들에게는 최고의 건강 증진 활동이자 심리적 요양이다. 이는 노인 복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인 동시에, 지역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세 번째로, 주민 지킴이는 '스토리텔링과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한다. 외지인이 관리하는 공원은 차갑고 기계적이다. 하지만 백운2동이나 월산동에서 수십 년을 사신 어르신 지킴이가 산책로에서 아이들에게 공원의 유래를 들려주고, 젊은이들에게 나무의 이름을 알려준다면 공원은 하나의 거대한 역사 교실이 된다. 헌수 운동으로 심어진 나무들에 담긴 이웃의 사연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이들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공원을 진정한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든다.
또한,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주민 지킴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폭우나 장마철, 가파른 경사 언덕의 파손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일 그 길을 걷는 주민이다. 예산 타령으로 미처 보강되지 못한 조경수나 배수구의 문제를 행정 기관에 즉각 알리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감시자의 눈이 되어야 한다. 우리 마을이기 때문에, 우리가 걸을 길이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진정성'이 담긴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관(官) 주도의 관리에서 민(民) 주도의 자치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월산 근린공원을 둘러싼 4개 동의 주민들이 향토예비군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공원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길 바란다. 적절한 일자리 예산을 배정하여 어르신들에게 명예로운 직함을 드리고, 그분들이 공원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자식처럼 돌보게 해야 한다.
내 집 앞을 내가 쓸고 가꾸듯, 우리 동네 공원을 우리 어르신들이 지키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든든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월산(月山)의 달빛 아래, 우리 동네 파수꾼들의 정성이 쌓여갈 때 월산 근린공원은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으뜸 공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며, 우리 주민들 또한 '월산 지킴이'가 되어 내 고장을 직접 가꾸는 위대한 여정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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