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의 끝, 원팀의 시작”

칼럼/수필|2026. 4. 3. 11:23

 

봄은 늘 분열과 화해의 경계 위에 서 있다. 꽃은 서로 다투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빛깔로 피어나지만, 인간의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선거의 계절이 오면, 말은 날카로워지고 마음은 갈라진다. 같은 길을 걷던 이들도 어느 순간 서로 다른 깃발 아래 서서 등을 돌린다. 그리고 그 갈라짐은 때로 꽃보다 오래 남는다.

 

요즘 6.3 지방선거 경선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나뉘고, 환호와 침묵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군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경쟁은 선택을 낳고, 선택은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마음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경쟁이 아니라 분열이다.

 

이긴 사람은 더욱 낮아져야 한다. 승리는 결코 혼자 이룬 것이 아니며,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기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승자는 그 기쁨 속에서도 패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패자의 상처 위에 서서 더 크게 웃는다면, 그 승리는 이미 반쪽에 불과하다.

 

진 사람 또한 고개를 들 수 있어야 한다. 패배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공동체를 위한 길에서 잠시 다른 역할을 맡게 되었을 뿐이다. 이긴 이를 향해 축하를 보내는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는 마지막 품격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화합의 정신이다.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同舟共濟(동주공제)라 할 수 있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같은 공동체라는 배에 올라 있다. 방향이 다르다고 서로를 밀어내면, 결국 배는 중심을 잃고 흔들릴 뿐이다.

 

또한 切磋琢磨(절차탁마)의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부딪히고 갈고 닦으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 경선의 본래 의미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때때로 그 의미를 잃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지지층을 탓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저쪽 사람들 때문에 졌다는 말은 순간의 위안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공동체를 살리는 말은 아니다. 그 말이 쌓이면 벽이 되고, 그 벽은 결국 서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해 대신 오해가, 대화 대신 비난이 자리 잡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以和爲貴(이화위귀)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화합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화합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 그것이야말로 공동체를 오래 지탱하는 기둥이다.

 

경선은 끝났지만, 진짜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민을 향해 가는 길, 지역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은 결코 혼자 걸을 수 없다. 원팀이 되어야만 가능한 길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비로소 큰 울림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하나의 단단한 기름길로 비유하고 싶다. 기름길은 처음부터 넓고 평탄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협력이 쌓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 위를 달리는 길은 부드럽지만, 그 밑에는 치열한 과정이 숨어 있다. 경선 또한 그러해야 한다. 갈등을 지나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 그것이 결국 공동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 된다.

 

한때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사람들이, 경선이 끝난 뒤에는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의 표지일 것이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사회, 경쟁 속에서도 인간의 품격을 잃지 않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변한다. 계절도, 권력도, 사람의 위치도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공동체를 향한 마음이다. 그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어떤 승리도 의미를 잃는다.

 

꽃은 결국 진다. 그러나 그 꽃이 남긴 씨앗은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경선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경쟁이 내일의 협력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이다.

 

나는 바란다. 이긴 사람은 따뜻한 격려로 손을 내밀고, 진 사람은 진심 어린 축하로 그 손을 잡는 모습을. 그리고 그 손들이 모여 하나의 큰 힘이 되어, 국민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 길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길이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각자의 깃발을 내려놓고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는 길.

경선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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