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길,
칼럼/수필2026. 5. 26. 22:14
-스스로 등불이 되어 걷는 인도(人道)-
무소유(無所有)의 참된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법정(法頂) 스님께서는 생전에 “승려를 믿지 말라, 집을 떠난 사람을 무엇을 보고 믿겠느냐?”라는 서슬 푸른 죽비 같은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외양이나 감투, 혹은 종교라는 거대한 조직에 맹목적으로 기대지 말고 오직 스스로의 내면을 들이켜 보라는 준엄한 경고이자 가르침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남이 닦아놓은 길을 맹목적으로 뒤따라가며 위안을 삼으려는 신도들에게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너 자신의 길을 가라”라며 준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이는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셨던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즉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 정진하라는 말씀과 그 궤를 같이하는 이치입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과 화려한 껍데기를 쫓아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장례식장마저도 고인(故人)을 기리는 애도(哀悼)의 본질은 사라진 채, 남들의 이목을 의식한 호사스러운 수의와 화려한 화환으로 가득 차 아수라장(阿修羅場)을 이루곤 합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이러한 세태의 병폐(病弊)를 통렬히 꾸짖으시며, 당신의 마지막 길에는 그 어떤 호화로운 불교 장례식도 거부하고 평소 입던 승복(僧服)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누워 화장장에 오르셨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왔으니 갈 때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스님의 마지막 지행합일(知行合一)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거대한 해머처럼 묵직한 울림과 부끄러움을 던져주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 그것이 바로 인도(人道)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자 우주의 법(法)입니다. 하늘의 운행에 어김이 없고 땅의 계절에 차가 없듯,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지켜야 할 도리와 법도를 바르게 따라가면 세상의 모든 갈등과 병폐는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번뇌(煩惱)와 탐욕에 눈이 먼 중생들은 법을 우회하려 하고, 지름길을 찾으려 얄팍한 꾀를 내다가 결국 스스로 파멸의 늪에 빠져들고 맙니다. 스님께서 평생을 통해 보여주신 삼독(三毒)을 비워내는 삶은, 다름 아닌 인간의 도리를 회복하고 순리에 따라 올곧게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수행임을 일깨워줍니다.
사회복지(社會福祉)의 길을 걷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또한, 결국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이 스스로의 인간다운 도리와 권리를 찾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숭고한 여정입니다.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고 첨단 기술이 사람의 온기를 지워가는 삭막한 세상일수록, 우리는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마른 대나무 같은 청빈(淸貧)함과 정직한 내면의 외침을 기억해야 합니다.
남들의 화려한 삶과 비교하며 우울해할 필요도 없고, 세상의 거대하고 화려한 껍데기에 위축될 이유도 전혀 없음을 스님의 자취가 대변해 줍니다. 내가 딛고 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규칙을 지키고, 내 이웃과 사회를 향해 따뜻한 부처님의 자비(慈悲)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도(大道)를 걷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거창한 담론이나 화려한 형식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나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이웃에게 따뜻했는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스님께서 던지신 “너 자신의 길을 가라”라는 한마디는, 험난하고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말고 내면의 신성(神性)을 믿고 당당하게 걸어가라는 무한한 격려이기도 합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듯, 우리 마음속의 허영과 탐욕을 걷어내면 사람이 가야 할 올바른 인도가 명징하게 드러납니다. 그 엄숙하고도 거룩한 뜻을 마음에 품고 걸어갈 때,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정신의 풍요를 잃지 않는 진정한 상생(相生)의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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