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 아래에서 배우는 준비의 시간
칼럼/수필2026. 2. 16. 07:48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나는 나주를 생각할 때마다 먼저 자연을 떠올린다. 금성산은 묵묵히 등을 내어주고, 영산강은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흐른다. 넓은 들판은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봄이면 씨를 품고 가을이면 결실을 내놓는다. 자연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질서를 지킨다. 때를 알고, 자리를 안다. 나주 사람들도 그 자연 속에서 오래 살아왔다.
지난날의 역사는 우리에게 자랑과 아쉬움을 함께 남겼다. 나주는 한때 전라도의 중심이었다. 소경이라 불리며 행정과 교통의 요지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격동의 근대사를 지나며 중심의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더디게 움직였고, 기회를 온전히 붙잡지 못한 시간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반면교사를 얻는다. 전통을 지키는 일은 소중하지만, 전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금성산은 벼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 상징은 자부심이지만 동시에 책임이기도 하다. 높은 자리는 늘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한다. 지금 나주 앞에는 또 한 번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지역의 통합과 행정의 재편, 산업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나주는 다시 중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존심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 나주의 지리적 이점, 교통망, 혁신도시의 기반, 농생명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잠재력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숫자와 자료, 미래 계획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중심이 되려면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둘째, 내부의 단합이다. 작은 이해관계로 갈라진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자연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산과 강, 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나주 사람들도 그러해야 한다. 세대와 직업, 원도심과 신도심이 서로를 경쟁자로 보지 말고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셋째, 교육과 인재 양성이다. 행정의 중심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청년이 돌아오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도 첨단화하고, 에너지 산업도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준비된 도시만이 기회를 잡는다.
나는 영산강의 흐름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강은 조용히 흐르지만 결국 바다에 닿는다. 나주도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아쉬움은 교훈으로 남기고, 자연의 질서를 본받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중심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준비로 완성된다.
금성산 아래에서 우리는 배운다.
때를 기다리되, 그때를 맞이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칼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작은 도시의 큰 꿈, 나주를 생각하며 (5) | 2026.02.16 |
|---|---|
| 금성산 아래서 다시 묻다 (0) | 2026.02.16 |
| 이름표 없는 광장, 기억을 잃은 도시 (0) | 2026.02.07 |
| 산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2) | 2026.02.04 |
| 인생은 이제서야 입학했다 (0) | 2026.02.03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