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 없는 광장, 기억을 잃은 도시

칼럼/수필|2026. 2. 7. 21:16

광주 남구의 관문이라 불리는 백운광장은 오늘도 숨을 고르지 못한다. 사방은 공사판이고,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민들은 먼지와 소음, 지체된 신호 앞에서 하루를 깎아 먹어 왔다. 차들은 엉켜 서 있고, 매연은 안개처럼 내려앉아 숨을 막는다. 이쯤 되면 시민들은 불편을 넘어 묻고 싶어진다. 이곳은 과연 어디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질문에 답해 줄 가장 기본적인 표식이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백운광장이라는 이름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남구의 관문이라는 설명도, 이 땅이 품고 있는 역사와 맥락을 전해 주는 문장도 없다. 사람도 태어나면 이름을 먼저 짓는다. 이름은 존재의 시작이자 관계의 출발이다. 그런데 남구의 얼굴이라는 광장은 이름 없이 방치돼 있다.

 

2025년에 개통된 푸른길 브릿지 또한 마찬가지다. 수많은 시민과 방문객이 오르내리지만, 그 다리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알려 주는 간판 하나 없다. 관광이 우선이라며 조성한 스트리트 푸드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먹고 나서 남길 기억이 없다. 사진을 찍을 포토존 하나 없고, 이곳에서의 경험을 추억으로 묶어 줄 장치가 없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백운광장에는 기억을 붙잡을 장치가 없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공간은 오래 머물 수 없고, 다시 찾을 이유도 없다. 그저 지나치는 곳, 통과하는 곳으로만 남는다. 이것이 과연 남구가 바라는 도시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더 답답한 것은 남구민들의 현실이다. 광주 남구는 자원봉사자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고향사랑 기부제 또한 전국 1등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는 행정의 성과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고향을 살리기 위해 마음과 지갑을 연 결과다. 주민들은 움직이고 있는데, 행정은 그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관광객 한 명을 더 모시기 위해 이름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사진 한 장이 남을 공간을 고민한다. 그러나 남구는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곧 경제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양림동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문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안쪽이 화려해도 도시의 첫인상은 흐릿해진다.

 

백운광장은 단지 교차로가 아니다. 남구로 들어오는 첫 문장이다. 그런데 그 문장에는 제목도 없고, 설명도 없다. 이름 없는 광장은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되지 않는 도시는 선택받지 못한다. 이것은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이름 하나 달아 주는 일, 짧은 설명판 하나 세우는 일, 사진 한 장을 남길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거창한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을 중심에 두는 행정의 시선이 필요할 뿐이다. 백운광장이 다시 숨 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사가 아니라, 이름과 이야기다.

 

행정은 숫자로 보고, 시민은 삶으로 느낀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도시는 공허해진다. 이제는 묻고 싶다. 남구의 관문은 왜 아직도 이름이 없는가. 그리고 그 침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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