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성지(聖地) 나주,

칼럼/수필|2026. 3. 2. 14:28

-금성산의 기운이 빚어낸 나주의 인물과 역사-

세상의 모든 흐름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있고, 그 뿌리를 지탱하는 땅의 기운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을 활동가'이자 '진다리방송 대표'로서 우리 강산을 살피다 보면, 유독 하늘의 보살핌을 받은 듯한 영험한 땅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 바로 나주(羅州)가 있습니다. 나주가 광주·전남의 통합 수도(首都)로 우뚝 서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행정적 편의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금성산(錦城山)의 신령스러운 기운과 영산강의 포용력이 빚어낸 천 년의 필연(必然)이기 때문입니다.

 

나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땅의 사람들은 늘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慧眼)을 가졌습니다. 후삼국 시대, 서슬 퍼런 견훤(甄萱)의 기세 속에서도 나주인들은 과감히 왕건(王建)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권력에 대한 추종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진정한 주인을 알아본 선견지명(先見之明)이었습니다. 이 결단은 고려라는 국가 탄생의 초석이 되었고, 나주는 고려의 제2수도로서 그 위상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결단력은 오늘날 분열된 지역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계승되어야 마땅합니다.

 

또한, 나주는 국난의 위기마다 나라를 구한 영웅들의 산실(産室)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설파하신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의 정신은 나주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거북선을 실제 설계하고 제조한 나대용(羅大用) 장군의 창의성, 그리고 외적의 침입에 목숨을 걸고 일어났던 수많은 의병(義兵)의 기개는 나주라는 토양이 길러낸 결실입니다. 고려의 명장 정지(鄭地) 장군과 조선의 대학자 신숙주(申叔舟) 선생과 같은 인물들이 배출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금성산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인걸(人傑)을 잉태하고 보살핀 결과라 믿습니다.

 

실제로 나주의 진산(鎭山)인 금성산은 그 영험함이 남달라, 산신에게 적녕공(適寧公)이라는 벼슬이 내려질 정도로 국가적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산신에게 작위를 내릴 만큼 신성시되었던 이 땅은 수많은 성씨(姓氏)의 본향(本鄕)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주나씨, 금성나씨, 남평문씨 등 수많은 명문가(名門家)가 이곳에서 시조(始祖)의 터를 잡고 번성한 것은, 나주가 생명의 근원이자 번영의 요람(搖籃)임을 증명하는 산증거입니다.

 

풍수적으로 한양과 닮은 소경(小京) 나주는 이제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지역균형발전(地域均衡發展)의 핵심인 혁신도시를 완성하고, 광주와 전남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진정한 소재지(所在地)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늘의 뜻을 받드는 일입니다. 천 년 전 왕건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그 기백으로, 이제는 통합 수도 나주를 통해 호남의 재도약(再跳躍)을 선포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기자로서 저는 확신합니다. 금성산의 신령함과 나주인들의 지혜가 합쳐질 때, 나주는 과거의 영광을 넘어 미래의 희망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천 년의 역사가 점지한 이 땅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깨우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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