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작은 산, 월산근린공원의 향기
칼럼/수필2026. 3. 8. 17:22
광주 남구의 도심 한가운데에는 주민들에게 조용한 쉼터가 되어주는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월산근린공원이다. 이 공원은 백운동과 월산동, 그리고 월산4동과 월산5동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용하는 산이다. 높은 산도 아니고 거창한 관광 명소도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산이다. 집을 나서 몇 걸음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 그 접근성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초봄이 찾아오는 시기에는 월산근린공원이 더욱 아름답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번개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더니, 오늘은 햇살이 환하게 내려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물러난 자리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들고, 그 기운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공원에 피어난 매실꽃이다. 매실꽃은 언제나 봄의 전령사처럼 가장 먼저 고개를 들고 향기를 퍼뜨린다.
월산공원의 초봄은 바로 그 매실 향기에서 시작된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매실꽃은 환하게 피어나며 사람들을 부른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코끝에 스치는 은은한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마치 “봄이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향기를 맡으며 걷다 보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도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펴게 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벚꽃이다. 매실꽃이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벚꽃은 봄의 절정을 보여주는 꽃이다. 벚꽃이 피는 날이면 산책길은 사람들의 감탄으로 가득해진다. 하얀 꽃잎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바람이 스치면 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정말로 입이 “짜~악”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월산공원은 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오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가을의 월산공원은 단풍나무들이 붉고 노란 색으로 물들며 한 폭의 그림처럼 변한다. 초록이었던 산이 어느새 붉은 색과 노란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는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계절의 소리를 들려준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계절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최근에는 월산공원에 둘레길 산책로까지 조성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길이 정돈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자연 속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 둘레길은 단순히 길 하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이 둘레길에는 주민들의 작은 노력이 담겨 있다. 나 역시 이 길을 만들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아침마다 공원을 걸었다.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길이 좋을지, 어디를 정비하면 좋을지, 또 월산공원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걷는 시간은 단순한 산책 시간이 아니라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산이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우리 마을의 공동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산공원의 또 하나의 매력은 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풍경이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 서면 광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시의 건물들과 도로,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풍경을 만든다. 마치 자연이 만들어준 작은 전망대와 같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정상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월산공원은 크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참 좋은 산이다. 가까이 있어서 좋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도시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마음을 쉬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 좋은 공원에도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요즘 새로 조성된 산책로 주변에 나무가 조금 더 심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름이 되면 불볕같은 태양이 산책길을 뜨겁게 달군다. 그때 산책길 위로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걷는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무는 단순히 그늘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파트와 도로 사이에서 자연의 벽이 되어주고, 도시의 공기를 정화하는 시민의 허파가 되기 때문이다. 나무가 많아질수록 공원은 더 건강한 공간이 된다. 그래서 산책로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게 한다면 월산공원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공원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아침마다 이 공원을 걸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꽃이 피고 지더라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한 이 공원은 살아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매실꽃의 향기로 시작되는 봄, 벚꽃의 환호가 가득한 계절, 단풍이 물드는 가을, 그리고 조용한 겨울까지 월산근린공원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산책길 옆에 심어진 나무들이 크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를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이 작은 산이 우리 마을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구나.” 월산근린공원은 거창한 산은 아니지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동네의 보석 같은 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이 산의 향기를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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