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고맙다

칼럼/수필|2026. 1. 23. 20:52

며칠 전만 해도 마음의 무게가 제 어깨를 눌렀다. 일자리는 잘 해낼 수 있을지, 배움의 길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몸은 이 겨울을 견뎌 줄지. 그러나 며칠을 현장에서 걷고, 어르신들의 눈을 마주치고, 하루하루의 일을 정직하게 쌓아 올리다 보니 마음이 먼저 가벼워졌다. 익숙함은 두려움을 밀어내고, 성실함은 불안을 잠재웠다.

 

노인일자리 현장을 점검하며 어르신들을 만난다. 여든이 넘은 내가 팀장으로 현장을 오가며 걸어 다닌다고, 장하다는 말을 건네는 분들이 있다. 그 칭찬은 과분하지만, 하루의 피로를 덜어 주는 따뜻한 손난로가 된다. 나보다 더 연로한 분들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도 배운다.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약속이라는 것을.

 

그 와중에 들려온 소식, 국가장학금 3구간. 조선대학교를 지정해 두었고, 이제 최종만 남았다는 말. 그 한마디는 마음속 오래 묵은 돌을 치워 주었다. 배움의 길이 열리고, 일자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학비의 걱정과 생활의 걱정이 동시에 풀리니, 비로소 숨이 길게 이어졌다. 국가장학재단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실질적인 다리가 되는지, 그 고마움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남구시니어클럽에도 감사의 마음이 크다. 현장은 늘 변수가 많고, 사람의 사정은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원칙을 지키며 사람을 먼저 살피는 운영 덕분에, 참여자와 관리자 모두가 다치지 않고 하루를 마친다. 이곳에서의 일은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를 요구한다. 성급함을 내려놓고,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법을 배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욕심을 덜고, 컨디션을 잘 조절하며, 화목을 잃지 않는 것. 현장에서는 참여자들과의 신뢰를 단단히 쌓고, 학교에서는 배움을 함께하는 학생들과 교우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일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보다, 태도가 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천천히 가되 멈추지 않고, 많이 가지되 과하지 않게.

 

나는 안다. 성공은 요란한 성취가 아니라, 건강한 일상의 반복이라는 것을. 네 해를 무사히 마치는 일은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관리의 결실일 것이다. 몸을 돌보고, 마음을 살피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습관. 그 습관이 나를 학교로, 현장으로, 다시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말하고 싶다. 세상은 아직, 고맙다고. 제도는 사람을 돕고, 사람은 사람을 일으킨다고. 국가장학재단의 손길과 남구시니어클럽의 현장이 이어져, 한 사람의 하루를, 한 가정의 내일을 지탱해 준다고. 감사는 다짐으로 남고, 다짐은 다시 삶이 된다. 그 순환 속에서, 나는 오늘도 가볍게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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